소년과 부모와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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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집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서는 제 앞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과 그의 부모가 보였습니다. 소년은 아이스크림 껍질을 벗겨내어 크게 한입 물었고 엄마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큼지막한 마트 봉투를 들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막 계산을 마치고 지갑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때 앞서가던 소년이 뒤를 돌아 엄마에게 손짓을 보냅니다. 들고있는 봉투를 자신에게 달라는 손짓입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적인 표정과 행동이었고 그 가족은 늘 그래왔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매너는 몇가지 단계를 거쳐 한 사람의 몸과 마음에 자리잡습니다.
가장 먼저 매너를 인식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몰랐던 매너를 배우고 배운 것 들을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행동하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나면 반복되는 경험을 통한 체득의 단계가 찾아옵니다. 의식적으로 행동했던 매너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실행함으로써 자연스레 몸과 마음에 익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의 종국에는 마침내 의식하지 않아도,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매너를 행동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나면 마지막으로 매너에서 벗어나는 단계를 맞이하게 됩니다. 힘들게 얻은 매너에서 벗어난다는 말이 모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많은 매너를 알고 체득을 한 후에는 비로소 응용이 가능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매너 프로토콜은 정해져있지만 매너라는 것은 다양한 환경적 요소에 의해 곧이 곧대로 적용되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적절한 변형과 응용이 필요한데 이는 매너(의전)를 완벽히 숙지하고 체득한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 단계를 매너의 마지막 단계로 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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